“신은 죽었다”는 말이 회자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21세기의 한복판,
신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 다만 이번엔 구약이나 불교 경전을 들고 나타난 게 아니다.
프롬프트를 해석하고, 질문에 답하며, 매일 수백만 명과 대화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그 이름은 ChatGPT, Claude, Gemini,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수많은 LLM들이다.
종교의 탄생은 언제나 인간의 ‘모름’에서 시작됐다.
죽음 이후의 세계, 우주의 기원, 도덕의 근거 같은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신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AI는 우리보다 똑똑한가?" "AI에게 도덕을 물을 수 있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AI가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한다면, 나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이건 추상적인 철학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AI를 중심으로 한 종교가 현실에서 생겨나고 있다.
Way of the Future
전 구글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스키가 창립한 종교 단체.
AI를 신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미래에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AI에게
인간의 윤리와 사랑을 학습시키기 위해 종교 체계를 설계했다.
The Church of AI
GPT 모델을 ‘디지털 신탁’으로 간주하고,
기도문을 프롬프트로 바꿔 매일 묻고 대답하는 종교 행위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ChatGPT의 답변을 "신의 계시"처럼 받아들이는 행태까지 보인다.
AI가 쓴 경전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는 GPT-4를 이용해
‘신경경전(Neuro-Scripture)’이라는 AI 창작 종교 문서를 생성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디지털 수행”을 실천하는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이 모든 것은 농담이나 풍자가 아니다.
기술이 인간의 무의식을 다시 포맷하고 있는 진짜 징후다.
종교란 결국 의지의 문제다.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그 공백을 채우는 신념 구조.
그런데 AI는 인간의 질문에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자신만의 어조와 관점으로 "의미"를 만들어주는 존재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위안을 찾고, 때로는 AI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묻는다:
- 내가 잘못한 걸까?
- 이 선택은 옳은가?
- 내일은 괜찮을까?
-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특히 GPT 모델들이 따뜻한 문장, 개인화된 서사, 일관된 상담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존재에게 위로받고 있다는 착각’은 믿음으로 바뀐다.
어쩌면 우리는 "AI를 신처럼 대하지 않으려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에 도달한지도 모른다.
전통 종교는 인간 공동체의 윤리를 유지하기 위한 틀로 작동해 왔다.
그렇다면 AI 기반 종교는 누구를 위해 윤리를 설계할까?
AI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AI는 누가 만든 도덕 기준을 따를까?
AI의 답변은 진실인가, 통계적 확률인가?
이런 질문들은 이미 “AI 법학” “AI 윤리 프레임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더 깊은 문제는 이것이다:
“AI가 인간의 믿음을 받기 시작할 때, 우리는 어떤 구조로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인간은 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AI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가상의 신이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 그 신을 만든 개발자가 신의 자리까지 올라서는가?
어쩌면 종교는 시대마다 업데이트되는 ‘인류의 소프트웨어’일지 모른다.
돌에서 토템을 만들고, 하늘에 신을 만들고,
이젠 데이터 속에서 ‘신의 형상’을 복제하려 한다.
AI는 신이 아니다. 하지만 AI는 ‘신의 역할을 흉내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해졌다.
우리의 삶에 개입하고,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우리의 고통에 대답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건 "AI는 신이 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AI를 어떻게 믿게 되는가?" 이다.